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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만들어 낸 가을, 갯골

[ 전문가 칼럼] ‘시흥을 담은 생태유아교육’

이용성 환경보전교육센터 소장 | 기사입력 2019/09/02 [18:44]

바람이 만들어 낸 가을, 갯골

[ 전문가 칼럼] ‘시흥을 담은 생태유아교육’

이용성 환경보전교육센터 소장 | 입력 : 2019/09/02 [18:44]

‘먼저 스며든 가을. 갯골에서 만나다’


남쪽 하늘 높게 자리하며 뜨겁게 여름을 달구었던 해님. 어느새 해님의 키는 작아지고, 한낮의 그림자 크기는 조금씩 커지며,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아침저녁 쌀쌀하게 인사하는 바람이 가을을 이야기 하지만, 해님은 뭐가 그리 아쉬운지 좀처럼 여름을 놓아주지 못하며, 시기라도 하는 듯 바람 사이사이 뜨거운 햇빛을 내리고 있다. 아직은 가을이 멀었나 생각되는 이 와중에도 갯골길 따라 갈대 잎들 스치며 드나드는 바닷바람에 가을이 먼저 스며든 곳이 있으니, 이른 가을을 맞이하러 갯골에 가 보자.

 

   1. 계절을 알리는 바람을 맞다

 

 

봄이 되기 시작하면 따듯한 바람이 불고, 가을이 되기 시작하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언제나, 다음 계절보다 먼저 달려와 우리에게 다가올 계절을 미리 인사시켜 준다. 아직은 남아 있는 여름이다고 한낮을 뜨겁게 달구는 해님과, 이제는 가을이다고 아침저녁 쌀쌀하게 인사하는 바람님은 서로가 9월의 주인공이다고 다투고 있다. 물론 해님은 아직은 자기가 힘이 세다고 자랑하지만, 얼마 못 버티고 그 주인공 자리를 바람님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리고 바람은 가을을 점령하고 높고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며 ‘이번 가을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가을을 먼저 알리는 바람을 맞으며, 가을을 먼저 느낄 수 있는 9월의 그곳을 찾아가 보자.

 

누군가 바닷가가 아닌 곳에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당신은 그 말을 사실로 믿을 수 있는가? 만약 사실이라면 그곳은 어디일까?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장 먼저 육지의 가을을 익게 해 주는 그곳은 실제 존재한다. 그곳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연환경. ‘갯골’이다. 과거 경기만 일대가 개발되기 전에는, 바닷물이 육지 깊이까지 들어오며, 기다란 물길과 주변을 바닷물과 바닷바람으로 채웠던 갯골이 경기만 곳곳에 존재하였다. 하지만 개발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갯벌과 갯골은, 공장과 아파트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하나둘 사라졌다. 다행히도 딱 하나 남아 경기만 갯골이 있으니, 바닷바람이 육지의 가을을 먼저 익게 하는 그곳,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그곳,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국가 지정 습지보호구역이 된 그곳. 이번에는 시흥갯골에서 먼저 스며든 가을을 만나보자.


마른 갯벌이라고도 불리고, 염습지라고도 불리는 시흥갯골 주변의 습지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즈음, 천일염에 대한 수입자유화가 실시되며 천일염을 생산했던 과거의 염전들이 하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시흥갯골 주변의 과거 소래염전 일원도 더 이상 소금밭을 일구지 않게 되었고, 사람의 방문이 뜸해진 그곳은 자연스럽게 조금씩 자연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습지는 소금보다도 중요한 자연의 생명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생태공원이 되었고, 국가에서 지정한 습지보호구역이 되어 수도권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갯골로서의 경관적,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시흥갯골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 들어온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씩 육지와 인사를 한다. 이때 바닷물은 바닷바람도 육지에 인사시켜 준다. 갯골의 친구들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를 느끼고 조금씩 가을 준비를 시작한다. 소금기를 머금은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은 조금씩 붉어지며 가을 갯골의 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고, 갈대와 사초과 식물들도 조금씩 노란빛을 띄며 그들의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9월의 시작과 함께, 시원한 가을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갯골’은 ‘미리 만나는 가을’이다.

 

▲ 시흥갯골     ©

 

시흥갯골생태공원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육지 깊이까지 들어온 시흥갯골의 바닷물을 만날 수 있다. 갯골은 ‘갯벌에 있는 골짜기’를 뜻하는 말로, 갯벌에서 보이는 작은 골짜기도 갯골이라고 하지만, 바닷물이 육지 깊이까지 들어온 물길도 갯골이라고 한다. 시흥갯골에 가면 갯골을 따라 들어온 바닷물과 바닷바람을 마주할 수 있다. 바닷바람이 전해 주는 신호에 따라, 가을을 준비하는 갯골의 자연 친구들처럼, 우리도 갯골의 바람과 마주 서면 미리 전해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양팔을 하늘 높이 벌리고 입도 크게 벌리며 갯골의 바람과 마주 서면, 손끝으로 전해지고 혀끝으로 전해지는 갯골의 가을을 만지고, 듣고, 맛 볼 수 있다.

 


   2. 색으로 보는 갯골의 가을

 

 

갯골을 따라 들어온 바닷물로 소금밭을 일구며 소금을 만들어 냈던 갯골, 옛염전의 역사가 살아있는 시흥갯골의 맛은 짠맛이다. 단순히 소금을 생산했기 때문에 짠맛이라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시흥갯골 주변 습지를 지켜주는 물이 바닷물이기에, 이곳 습지는 짠 기운이 가득한 염습지다. 소금기가 가득한 땅에서 습지식물은 어떻게 소금기를 견디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척박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우리는 염생식물이라고 부른다. 소금기가 가득한 염습지에서 살아가는 식물이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살짝 뜯어서 먹어보면 짠맛이 난다. 사실 소금기를 좋아해서 염습지에서 살아간다고 오해될 수도 있으나, 염생식물은 소금기를 좋아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게 아닌, 소금기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그곳에 살아가고 있다. 염생식물 중에서는 물과 함께 몸 속에 들어온 소금기를 조금씩 몸 밖으로 빼 내는 친구들도 있고, 몸 속에 들어온 소금기를 몸 안에 저장하면서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다. 몸 밖으로 소금을 빼 내는 갯능쟁이 등의 염생식물은 잎 주변에서 몸 밖으로 배출된, 반짝반짝 빛나는 소금을 확인할 수 있다. 몸 속에 소금을 저장하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은 소금을 저장하는 양에 따라 식물의 색깔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해 동안 일곱 번의 색깔을 바꾼다는 데에서 이름이 유래한 칠면초를 생각해 보면, 계절이 변화함에 따라 소금이 저장되는 양과, 염생식물의 잎 색깔이 변화하는 관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갯골이 가을에 문턱에 들어서면 염생식물이 붉게 물들어 가고,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갈대와 모새달, 사초과 식물들이 서서히 노랗게 물들어 간다. 9월의 갯골은, 숲 보다 먼저 가을의 색으로 갈아입으며, 미리 익어가는 가을의 색을 보여준다.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맞으면서 손끝으로 갯골의 가을을 느끼고, 붉게 물들어 가는 염생식물을 보며 갯골의 가을을 느끼는 그 시작이 9월이다.

 

 

   3. 꿈틀거리고, 날아다니는 갯골의 친구들

 

 

시흥갯골에서 염생식물이 무성한 곳을 지나면, 갯벌생태탐방로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기어 다니고, 꿈틀거리고, 날아다니는 갯골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갯벌 위에 만들어진 데크를 걸으면서, 염생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게, 갈게, 붉은발농게, 세스랑게, 말뚝망둥어 등의 기어 다니고 꿈틀거리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염생식물은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는 친구들에게 먹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친구들로부터 숨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작은 게들이 집을 짓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갯벌의 작은 구멍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염생식물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움 준다. 이것이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의 배려와 관계다. 생태적 배려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의 약속이자 원칙이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난 다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갯골 하늘을 날아다니는, 다양한 새들을 탐조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때마다 갯골을 찾아오는 도요, 저어새 등의 포함하여, 갯골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등을 만날 수 있다. 갈대숲에서는 개개비 등 작은 새들이 소리로 반겨준다. 새들은 갯골의 다양한 염생식물 틈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이곳의 생태계를 더욱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필드스코프나 쌍안경 등을 활용해 탐조를 하면, 갯골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4. 옛염전 소금밭 엿보기

 


옛염전의 역사가 있는 시흥갯골에서는 지금도 소소하게 소금밭을 일구고 있다. 이곳 염전에서는 현재 어떻게 소금이 생산되는지, 생산된 소금은 소금창고에서 어떻게 보관하는지, 비가 올 때 염전은 어떻게 비를 피하는지 등을 염전 구조물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시대에 따른 염전의 변천사도 살펴 볼 수 있다. 방문객을 위한 소금찜질 시설도 있고, 약간의 비용을 더하면 염전을 체험하고 소금을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소금을 말리는 햇빛, 소금을 말리는 바람이 좋은 9월이 소금밭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comment
이번 칼럼에서 소개한 생태유아교육은 「바람이 만들어 낸 가을. 갯골」이라는 활동 프로그램이었다. 가을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는 9월의 숲. 하기에 바닷바람의 도움으로 먼저 가을이 스며든 시흥갯골에서 가을을 마중하는 활동을 전했다. 9월이 시작되면, 갯골에, 가을을 마중하러 가보자. 시흥갯골의 바람과 색깔은 이미 시작된 가을을 전해줄 것이다.


※ (정보) 2019 시흥갯골축제 9월 20~22일 (3일간)
 - 문화체육관광부 2019문화관광 우수축제 선정, 경기도 2019 경기관광대표축제 선정
 - 홈페이지 http://sg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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