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칼럼] 빌딩숲의 천이

이용성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1/01/11 [19:03]

[칼럼] 빌딩숲의 천이

이용성 칼럼니스트 | 입력 : 2021/01/11 [19:03]

 생명을 키우고 그들을 보듬어 가는
자연의 천이.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으면
자연은 스스로 커 나간다.


그것이 자연이 가지는 힘. 천이다.

자연의 숲에만 있는 줄 알았던 천이.
이제는 도시를 메운 빌딩숲에서도 찾아진다.

 

그런데 빌딩숲은
생명과 도시를 먹어 삼키며
거꾸로 된 천이를 보인다.

 

자연의 공간을 쓰러트려 태어난 도시.
그곳은 오로지 한 종의 생명만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이다.
사람은 자연을 덮고 생명의 흔적을 없앴다.
빌딩숲의 천이는 그렇게 시작된다.

 

자연의 천이는 어떤가?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생명이 담아지는 게
자연 속 천이의 시작이다.

 

맨 땅을 딛고 일어선 작은 풀은 작은 나무로,
작은 나무는 큰 키 나무로,
큰 키 나무는 서로 도와가며 더 큰 숲을 만들고
그 안에 생명을 담는다.

 

자연의 숲은
커가는 과정에서 더 큰 생명의 공간을 만든다.
이게 자연의 천이가 안고 가는, 배려와 넉넉함이다.

 

결국 사람만이 남은 도시는
생명과 도시를 삼켜 버릴 빌딩숲을 키워냈다.

 

방 한 칸에 의지해 살아가던 가난한 사람들은
빌딩숲의 어두운 그늘 사이로 사라졌고,
언덕 위 작은 집과 낮은 건물들도 모두 사라졌다.

 

빌딩숲은 그렇게 도시를 먹어 삼켰다.
빌딩숲은 그전에 있던 그 무엇도 허락하지 않았다.

 

자연 숲의 천이는 마지막도 배려의 연속이다.

 

오래된 숲에 자연스런 화재가 발생하면
다시 맨 땅에 작은 풀들이 축제를 연다.

 

자연의 천이는 결국 새로운 생명을 위해
누렸던 모든 것들을 내려 놓고
처음을 장식했던 그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넘겨준다.

 

그리고 새롭게 천이를 시작한다.

 

도시의 빌딩숲이,
삼켰던 모든 것들을 내뱉으면
도시의 천이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삭막한 빌딩숲이 자라는 도시가 아닌
생명을 담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도시.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빌딩숲 천이의 마지막 단계를
기대해 본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