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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해서...'소비쿠폰 아냐'

[칼럼]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주무관

이재환 | 기사입력 2021/02/01 [16:07]

지역화폐는,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해서...'소비쿠폰 아냐'

[칼럼]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주무관

이재환 | 입력 : 2021/02/01 [16:07]

얼마 전 2020경기기본소득박람회 자료를 다시 살피다 뒤늦게 눈에 띄는 자료를 보게 됐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의 발제 토론자료였다.


장표 하나를 보는 순간, 한국형 지역화폐를 정확하게 정리했구나! 싶은 생각에 바로 출처를 밝히고 여기저기 써먹어야겠다는 궁리를 하게 됐다.
 
인 비서관은 지역화폐의 개념을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법정화폐 이외의 지불결제 수단’이라고 정리했다. 여기서 ‘지자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역 가맹점에서만 사용하는 유가증권의 일종’을 덧붙이면 더 깔끔한 마무리가 되겠다.
 
이어 목적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지역 시민들의 소득이 외부에서의 소비를 통해 유출되지 않게 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발행’이라고 적시했다. 여기서 눈에 확 꽂히는 말은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서’가 되겠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역화폐의 특징이라고 하자면,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로 교환이 가능한 태환형 지역화폐이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목적에 두는 보완화폐라고 주로 설명을 했다.
 
하지만 인 비서관은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지역공동체 복원을 지역화폐의 목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반가웠다. 그동안 공적인 문서나 공공영역 관계자의 입에서 지역화폐를 설명하며 ‘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중간 다리이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강화라고 말할 때 구구하게 설명을 덧붙이던 것에서 순간 퀀텀 점프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워낙 우리나라의 지역화폐는 경제와 연결되어 이해되는 상황이니만큼 인 비서관은 지역화폐의 골목상권 보호 기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술하고 있다.
 
​그는 ‘지역화폐는 사용지역 및 사용상권 제한 등의 방식을 활용하여 지역경제 선순환과 대기업 위주의 지역상권에서 자영업 소상공인 상권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균형추’라고 밝혔다. 아래 이미지 자료는 무릎을 '탁' 쳤던 그 장표이다. 어떤 지역경제 활성화를 말하는지 길을 찾아주는 나침반 같은 느낌이었다.

먼저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는 지역 내 소비의 부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 돌고 돌아야 한다는 ‘역외유출 예방’을 뜻하며, 이는 내부에서 돈이 돌게 됨에 따라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돈맥 곳곳에 흐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상공인 영업기반 확충’, 이 부분이 우리나라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개념이다. 장표에서 표현하는 ‘대기업 상권’은 쉽게 말해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말한다. 이를테면 대기업 본사의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통해 익숙한 브랜드의 가게들을 말한다. 같은 계열 프랜차이즈끼리 포인트 적립도 가능한 그런 가게들이다. 이를 ‘기업형 자영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건너편에 있는 ‘골목상권’은 가게 마케팅도, 홍보도 홀로 해야 하는 동네 가게를 말한다. 시흥시의 기준으로 하자면 가맹 본사가 있더라도 유통산업발전법 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 외의 프랜차이즈인 경우에는 포함된다. 동네 치킨집을 상상하면 된다. 다른 표현으로 ‘생계형 자영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역으로 가둬둔 돈의 흐름이 한 곳으로만 쏠리게 된다면 이것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지역에서 순환하는 돈이 골고루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두 번 갈 것을 한번은 동네 빵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면 위의 장표에서 표현한 것처럼 골목상권 내에 돈이 머물게 하면서 균형발전을 이루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실 지난 2~3년 사이 급속하게 성장한 우리나라의 지역화폐는 지역 소비의 역외유출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역 내 소비의 쏠림현상을 막았는지에 대해서는 되짚어봐야 한다. 골목상권을 보호하여 대기업 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지역화폐가 균형추 역할을 했는지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종 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되자 다소 불편하지만 가계에도 도움이 되고 동네 골목상권도 살리는 협력적 소비를 바탕에 둬야 하는 지역화폐가, 마치 정부가 제공하는 소비쿠폰처럼 인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게다가 ‘카드업계, 지역화폐 시장 잡아라…올해 15조 규모’라는 뉴스 제목까지 보고 있자면, 지역화폐의 의미와 목적이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넘어 지역화폐 자체의 존망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걱정이 든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이슈는 오늘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되고 있다. 정치적 폭발력이 큰 기본소득 이슈에 지역화폐는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12년에 시작해서 전 세계적인 지역화폐 모범도시로 일컬어지던 영국 브리스톨시의 브리스톨파운드가 얼마 전부터 유통을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가맹점 관리 및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인데, 코로나19 마저 덮쳐 유통량이 크게 줄어 운영을 멈춘 채 새로운 결제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역화폐가 단순한 소비쿠폰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안팎으로는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화폐와 관련한 이슈 및 정책 환경 변화가 너무 빨리 추진되고 변화하고 있다. 한 해의 트렌드를 정리해 매년 발간되는 도서의 올해 슬로건이 ‘방향보다는 속도’라고 하던데, 과속하다 치이면 갈 길이 없어질 수도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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