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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아프지 마세요"

의료민영화의 진실을 파헤친 충격적인 영화 [하얀정글]

여현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6/28 [16:44]

"돈 없으면 아프지 마세요"

의료민영화의 진실을 파헤친 충격적인 영화 [하얀정글]

여현주 기자 | 입력 : 2011/06/28 [16:44]
누구나 밥을 먹는다.

누구나 아침 해를 바라보며 일어난다.

누구나 같이 건강할 권리가 있다.


 
 
 
 
 
 
 
 
 
 
 
 

[하얀정글] 마지막 나레이션의 한 부분.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내내 이 문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모습은 달라도 모두 ‘사람’이라 불리는데 왠지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왜일까. 영화의 마지막은 모두 같은 사람이라 얘기했지만 시작부터 이 영화는 새하얀 커튼 속에 감추어진 정글을 연상케 한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어릴 적 ‘의사’하면 무조건 ‘선생님’ 호칭을 붙여야 하는 최고로 높은 분으로 인식되었다. 그건 나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했을 거라 여겨진다. 예부터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만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 바로 의학이고 그 학문을 업으로 여기면서 몸소 다루는 사람이 의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병을 치료해 주는 병원은 백화점 같은 느낌이 들고 의사는 병을 치료해 주는 고귀한 분이 아닌 장사꾼으로 인식되어진다. 그 가운데는 정글과 같은 논리가 숨어있을 터.

[하얀정글]에서는 이 사실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인다. 현직 의사인 감독이 메스 대신 카메라를 든 것만 봐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감독은 말한다. 의사로 하여금 장사를 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국가’라고.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된 후 1977년 건강보험이 탄생되었고 1989년 비로소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실현되었다. 이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의 자랑거리임에는 분명하나 문제는 건강보험이 탄생되는 초기부터 공공의료 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민간병원에 철저하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설 부족 랭킹은 OECD 국가 중 꼴지에서 세 번째. 국민의 주머니에서 의료비를 지급하는 셈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박준성 씨는 1억 가까이 드는 골수이식수술을 포기했다. 물론 수술 대신 항암치료로 다행히 회복되었지만 치료금액의 절반이 부당청구된 금액이었고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과 치열하게 싸워야했다.

서경자 할머니는 정부에서 의료비를 지원해 줘서 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하지만 의료급여를 20%밖에 받지 못해 수술비가 없어서 수술을 하지 못하고 계신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

▲ 진료과별 월수입 현황표     ©여현주

민간의료시설이 급증함에 따라 병원이 더 이상 병원이 아닌 물건을 판매하는 백화점으로 둔갑했다. 의사는 매일 수백명의 환자를 받으면서 30초도 되지 않는 진료를 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검사와 전혀 무관한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최신식 고가 장비의 금액을 뽑아내기 위해 환자에게 필요 없는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그리고 퇴근 때마다 어김없이 날라오는 한 통의 문자. “오늘 ??명의 환자를 받았고 ??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매월 개최되는 세미나에서는 각 진료과목 별로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지 등수를 공개한다.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들은 이미 대학병원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병원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이유가 바로 병원의 수입을 높이기 위해서라는데. 이미 병원은 상업화로 둔갑한지 오래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 일명 코디네이터라는 병원 영업 전문가를 둔다고 한다.

이는 모두 병원을 시장에 맡기게 된 것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병원을 복지가 아닌 ‘서비스’로 바라보기에 당연히 자본의 논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현 의료제도. 이렇게 되면 결국 ‘돈 없으면 아프지 마세요’와 같은 것.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분명 소외된 환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 의료제도는 못 사는 이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 나 역시 돌이켜 보니 새벽녘에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3시간 반 기다리고 달랑 약 세 알 받고는 10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치른 적이 있다. 그 뿐인가. 가벼운 염증으로 입원했을 때에는 그 병과 전혀 상관없는 검사를 모두 받아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정말이지 의료민영화는 단지 못 사는 몇몇 이들의 문제가 절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복지로서의 의료를 희망한다”고 감독은 말한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나와 네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감독은 거듭 말한다. 그리고 누구나 나이가 들면 중병에 걸릴 우려가 있으며 국민의 건강은 바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생명을 서비스로 보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이라 여겨진다. 어려운 의학용어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병원의 진실로 인해 영화를 보는 내내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진실을 알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은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화면도 구성도 전혀 세련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무조건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능곡에서축복 11/06/29 [10:27] 수정 삭제  
  여현주기자님 잘 읽었어요
맹꽁이책방 모임이후 컬쳐인시흥이 눈에 들어와요
열독자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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