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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배우 ‘전도연’은 이 영화에 없었다

[리뷰] <집으로 가는 길>...모처럼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민선 기자 | 기사입력 2013/12/17 [18:14]

예쁜 배우 ‘전도연’은 이 영화에 없었다

[리뷰] <집으로 가는 길>...모처럼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민선 기자 | 입력 : 2013/12/17 [18:14]
▲ 집으로 가는 길     © CJ 엔터테인먼트

모처럼 눈시울이 뜨거웠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면 소리 내어 흐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내 눈시울이 뜨거워 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화관에 있는 사람 모두 내 맘과 다르지 않았음이다.

화도 났다. 국가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에겐가 막 따지고 싶었다. 만약 그 자리에 국가가 무엇인지 따질만한 그 누군가 있었다면 멱살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이렇듯 감정이입이 잘 됐던 이유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방은진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사건이 아닌, 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영화와 나를 한 몸으로 만들어 주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의 바탕은 몇 년 전 KBS ‘추적60분’에 방영돼 충격을 주었던 일명 ‘장미정사건’이다. 장씨는 지난 2004년, 마약 운반 혐의로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체포된 가정주부다. 400만원을 준다는 남편 후배의 꾐에 빠져, 마약이 든 가방인줄 전혀 모른 채, 마약 가방을 운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체포된 후, 국가의 무관심속에 재판도 받지 못한 채 무려 765일 동안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집으로 가는 길     © CJ 엔터테인먼트
비운의 여인 장미정(영화에서는 송정연)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의 연기는 ‘명불허전’ 이었다. 말이 안 통해 그녀가 갑갑해 할 때 관객도 함께 갑갑해 했고, 감옥에서 고통스러워 할 때는 관객 또한 고통스러웠다.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예쁜 배우 전도연 이 아니었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비운의 여인 송정연 이었다. 단 한순간도 화려하지 않았고 단 한 순간도 예쁘지 않았다. 남루했고 비참했고 가련했을 뿐이다.

전도연, 아니 송정연의 슬픈 눈빛에 취해 관객들은 시종일관 울 수 있어다. 그러다가 웃기도 했는데, 웃을 수 있었던 장면은 딱 하나, 마지막 장면뿐이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행복한 웃음을 지은 순간이다.

송정연의 남편 김종배역은 배우 고수가 소화해 냈다. 같은 남자, 자식을 둔 같은 아버지여서 그랬는지, 고수의 연기에도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그런 심정이었다.

김종배 역시 송정연과 다를 바 없이 답답한 상황이다. 다른 게 있다면 그는 부인이 갇혀 있는 곳 보다 좀 더 넓은 ‘대한민국’ 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뿐이다.


2013년 대한민국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송정연의 남편은 자기의 무능함 때문에 아내가 이역만리 타국 감옥에 갇혔다는 자책감을 안은 채 아내의 석방을 위해 고군분투 한다. 허나, 가난하고 ‘빽’ 없는 그의 말에 검찰도 영사관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다. 그의 음성은 절박하지만 전화를 받는 영사관 직원은 느긋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맘 만 급할 뿐, 정작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니 대한민국이 그에겐 감옥이나 다를 게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국기기관 종사자들은 시종일관 관객을 화나게 만든다. 특히, 프랑스 영사와 영사관 직원의 태도는 스크린을 향해 쌍욕을 퍼붓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이 영화는 시종일관 정부를 잘근잘근 씹어대며 관객을 화나게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정부의 모습은 무능하고 무성의하다. 거기다가 얼굴까지 두꺼워 미안해 하기는 커녕 잘못을 가리기에만 급급하다.

▲ 집으로 가는 길     © CJ 엔터테인먼트


한편으론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무능, 무성의 하다는 이유로 언론과 누리꾼들한테 까일 만큼 까인 대사관이 김종배한테 전화하는 장면이다.

“김종배 씨 맞습니까. 좋은 소식입니다. 부인이 재판을 받았는데...이제 집으로 올아 온답니다”

대사관 직원이 한 말은 이런 내용이다. 우습게도 이때는 송정연이 이미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난 이런 비판의식이 있어서 이 영화를 더욱 값어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고 본다. 영화는 시대를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가족 영화로만 머물렀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 이면서 동시에 시대영화다. 이 점이 관객들 공감 지수를 끌어 올렸을 것이라 확신한다. ‘송정연’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집으로 가는 길>이 내포하고 있는 공감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곱씹어 본 말이 있다. 국가는 무엇인가, 국가는 국민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2013년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라고.
H 13/12/18 [11:07] 수정 삭제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기사 보고나니 더 보고 싶어지네요. 꼭 보러 가야겠어요. 기사 잘 보았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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