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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혁명군,지금 대한민국 어떤 사회인가

[1박2일 전주여행]전주 한옥마을가면 꼭 들러야 할 곳

이민선 기자 | 기사입력 2014/03/10 [15:41]

동학혁명군,지금 대한민국 어떤 사회인가

[1박2일 전주여행]전주 한옥마을가면 꼭 들러야 할 곳

이민선 기자 | 입력 : 2014/03/10 [15:41]
▲ 한옥마을 둘레길에서 본 전주 한옥마을     © 이민선
발길을 돌리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번호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입구 안내판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난 다음 “여보세요”하는 중년 남자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기념관 문은 언제 여는 겁니까?”
“원래 10시인데...일이 있어 좀 늦었습니다. 혹시 기념관 앞에 계십니까?”
“네, 9시 40분경부터…….”
“아~5분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잠시 후, 개량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택시에서 내렸다.

“전화주신 분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10시가 넘었는데도 문을 열지 않기에”
“아~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급히 볼일이 있어서 좀 늦었습니다.”

‘그래도 문은 제 시간에 열어 야지요’ 라는 말이 입천장까지 올라왔다가 쑥 내려갔다. 미안한 표정으로 서둘러 문을 여는 모습에 고개를 쳐들던 노여움이 푹 꺾여 버렸다.

엊저녁(3월6일)에도 난 이 곳 문을 두드렸었다. 오후 5시 30분경이었다. 입구에 적혀있는 ‘관람시간 평일 오전10시~오후 5시’라는 안내문을 보고는 ‘이런 젠장’하며 발길을 돌렸었다. 오늘 아침, 난 다시 기념관을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0시가 훌쩍 넘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 2세 교주 최시형 선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은 이윤영 관장     © 이민선

기념관 내부는 솔직히 좀 시시했다. 두 번씩이나 걸음을 한 게 ‘살짝’ 억울했다. ‘동학혁명기념관’ 이라기에, 힘줄이 불거진 굵은 팔뚝의 동학군들이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는 역동적인 장면을 재현해 놓았으리라 잔뜩 기대했었다. 그런데 웬걸, 보이는 건 왠지 눈에 익어 보이는 동상 하나와 책자 따위뿐이었다.

“이 곳은 동학혁명 100주년 즈음에, 동학군의 전주성 입성을 기념하며 천도교인들의 성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지어졌습니다...”

중년 남자가 요청도 안했는데 해설사로 나섰다. 알고 보니 그는 이곳 동학혁명 기념관 관장(이윤영)이었다. 이 관장 해설은 화려했다. 해설 경험이 많은 듯, 그의 입에서 동학의 역사가 좔좔 흘러 나왔다. 꿈(전시품)보다 해몽(해설)이 더 좋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간이었다.

“저 동상은 누구죠?”
“해월 최시형, 2세 교조님입니다. 저 때 연세가 일흔이 넘으셨죠. 옷이 한 쪽으로 쏠려 있잖아요. 돌아가시기(처형되기) 직전인데, 똑바로 앉아 있을 힘이 없어서, 누군가 뒤에서 옷을 붙잡아 억지로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겁니다.”


꿈(전시품)보다 해(해설)몽이 더 좋아

▲ 이윤영 관장과 기자     © 이민선

해월은 가난한 농사꾼 집안 출신으로,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의 집 머슴살이와 화전살이를 하던, 그 시대의 극빈층 이었다. 동학 창시자 최제우 교조를 만난 이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련을 해서 마침내 천어(天語)를 듣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1세 교조 최제우가 체포되어 대구 장대에서 참형을 당한 후, 관군의 추적이 강화되자 이를 피해 해월은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의 깊고 깊은 산에 숨어들었다. 이후, 자그마치 36년간이나 산속을 전전하며 흩어진 교도들을 모으고 교단을 정비했다.

해월은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의 억울함을 풀고 조정으로부터 포교의 자유를 인정받기 위한 이른 바 ‘교조신원운동’을 폈다. 이 운동은 나중에 척양왜(斥洋倭)라는 반외세(反外勢)운동으로 발전했고, 갑오동학혁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갑오농민혁명은 반봉건·반외세를 표방한 역사상 최초의 민족운동이었고 동시에 한국형 근대화 운동이다. 갑오농민혁명의 이러한 성격은 그들이 정부와 전주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하면서 내세운 ‘개혁안’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 동학혁명 기념관     © 이민선
혁명군은 1894년 5월 31일, 전주를 점령한 이후, 정부와 전주화약(全州和約)을 맺고 폐정개혁안 12개조를 타협한 후 전라도 53군에 농민 자치기관이라 할 수 있는 집강소(執網所)를 세워 폐정개혁에 착수했다. 그 내용이 대단히 파격적이다.


■폐정개혁안

1. 동학도는 정부와 원한을 씻고 서정에 협력한다.

2. 탐관오리는 그 죄상을 조사하여 엄히 다스린다.

3. 횡포한 부호를 엄히 징벌한다.

4. 불량한 유림과 양반무리를 징벌한다.

5. 노비문서를 불태워 없앤다.

6. 7종의 천인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고 백정이 쓰는 평량갓을 없앤다.

7. 청상과부는 개가를 허용한다.

8. 관리채용에는 지벌을 타파하고 인재를 등용한다.

9. 명목이 없는 잡세는 일절 폐지한다.

10. 왜와 통하는 자는 엄히 처벌한다.

11. 공사채는 물론하고 기왕의 것을 무효로 한다.

12. 토지는 평균하여 분작(分作)한다.



그러나 정부는 조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대신 청과 왜 라는 외세를 끌어들여 혁명군을 토벌했다. 1894년 11월, 전남 순창에서 전봉준이 체포됨으로써 전쟁은 사실상 끝났다.


해설이 곁들여 지면 체험 수준의 역사교육이

▲ 전동성당도 한옥마을 볼거리 중 하나다. 전주시 안에 세워진 성당 중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호남 전체에서 최초로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다. 건축물이 아름다워 영화의 촬영지나 결혼식 장소로 자주 쓰인다.     © 이민선

동학혁명 기념관에는 이러한 동학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사진과 함께 정리 돼 있어, 대충 훑어도 당시의 역사를 한눈에 꿸 수 있다. 거기에, 이윤영 관장의 화려한 해설이 곁들여 지면 ‘체험’ 수준의 역사 교육이 이루어진다.

기념관에 머무른 시간은 30여분 남짓, 아주 짧은 시간이다.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보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그럴 수 없었다. 문을 늦게 연 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이윤성 관장은 바깥 출입문까지 따라 나와 배웅을 해 주었다. 그의 배웅을 받으며 닫힌 문 앞을 서성이며 쌓인 노여움을 말끔히 털어 버렸다.

동학혁명기념관을 나서자 눈부신 햇살을 받아 더욱 단아해진 전주 한옥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옛날 혁명군들에게도 햇살이 비쳤을 터. 눈이 시도록 밝은 햇빛을 받으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탐관오리가 없는 새 세상, 아니면 양반과 상놈의 구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그도 아니면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을 그리워했을지도.

그들은 대부분 죽었다. 몸이 왜소해 녹두장군이라 불렸던 전봉준은 부하의 밀고로 체포되어 일본군에게 넘겨져 서울로 압송되고, 재판을 받은 뒤 교수형에 처해졌고, 최시형은 1898년 3월 원주에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 6월 2일 교수형을 당했다. 대부분이 농민인 혁명군은 관군과 청군 왜군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 600살 은행나무. 높이 16m에 둘레 4.5m로 고려 우왕 9년인 1383년에 학자 최담이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주변에 있는 전통가옥 700여채와 함께 한옥마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 이민선

그러나 그들의 정신은 후에 조선사회 개혁의 밑바탕이 됐고, 살아남은 동학농민군은 항일의병항쟁의 중심세력이 되었으며, 그 맥락은 3·1독립운동으로 계승되었다.

동학 혁명 기념관은 전주의 랜드마크, 전주 여행 일번지라 불리는 ‘전주한옥마을’에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도심권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이다. 700여 채의 한옥이 있고, 다양한 전통 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으뜸명소’로 선정한 빼어난 관광지다.

사실, 동학혁명 기념관은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많은 볼거리 중에서 그리 눈에 띄는 시설은 아니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좀 지루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절대 빼놓고 지나쳐서는 안 될 곳이다. 120년 전 조상들이 21세기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동학혁명의 정신은 그들이 내세운 ‘폐정 개혁안’에 녹아있다. 그들이 원한 건, 인간존중 사상에 기초한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다. 그리고 외세의 간섭이 없는 자주적인 국가건설이다. 혁명군들이 이 땅에 피를 뿌린지 1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들은 묻는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사회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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