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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면 몸도 마음도 예뻐져요"-미인회

박종남 | 기사입력 2009/09/18 [10:14]

"봉사하면 몸도 마음도 예뻐져요"-미인회

박종남 | 입력 : 2009/09/18 [10:14]
오전 내내 바람을 동반한 비가 바깥 활동의 자유로움을 제한하더니 거짓말처럼 오후의 시작과 함께 날이 완전히 개었다.  목감동 글라라의 집에서 목욕봉사를 하는 미인회를 만나러 가는 길. 총무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를 하지 못해 무작정 찾아 나섰다.
 
도착을 하고보니 조용하다. 휴게 공간에서 잠시 기다리니 금방 회원들이 들어섰다. 나타난 회원들과 인사나 나누려고 했더니 오자마자 우르르 탈의실로 직행이다. 시간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상태였음에도 그녀들은 무턱대고 탈의부터 하더니 이내 목욕실로 직행해 버린다.

▲ 미인회 김경숙 회장     © 이은주
회장인 김경숙씨마저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들어가 버리니 마치 미아가 된 기분이다. 때마침 이명옥 총무가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반가웠다. 하지만 길게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그녀는 다른 회원들과 달리 탈의를 하지 않았는데 담당이 틀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야 할 회원들의 수가 부족하다고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동행한 사진 기자를 불러 둘이서 일손을 보태기로 했다.
 
목욕실 안에서는 회원들의 쉴 새 없는 손놀림이 이어지고 연이어 들어오고 나오는 할머니들의 탈의와 착의를 담당해야하는 우리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땀이 비 오듯 한다. 눅눅해지는 몸과 달리 마음은 가벼워진다. 말끔하게 변신한 할머니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연세에 비해 피부가 곱고 여전히 예쁘다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들. 들어 올 때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 기분 좋게 나가신다.

땀인지 물인지 온 몸이 흥건하게 젖어버린 목욕탕 안의 전사들과 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착의 담당 회원들. 모두들 한여름의 더위와 겁 없이 맞장을 뜨고 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목욕봉사는 회원들의 익숙하고 능숙한 손놀림 덕에 두 시간에 못 미쳐 끝이 났다. 먼저 나와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는데 세안을 마치고 여유롭게 하나 둘 나타나는 회원들. 이제서 각자의 인물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다. 민망하다고 인사 나누기도 꺼려하는 그녀들이다. 한 미모 하는 외모들이라서인지 몰라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외모까지 변화시키는지를 보게 된다. 가볍게 서로의 일상과 안부를 챙기고 있는 회원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그녀들의 봉사 얘기를 슬쩍 물어본다.

미인회의 가입 조건은 역시 외모?

▲미인회 회원들     © 이은주
2007년 1월에 결성되어 3년차가 된 미인회. 회원은 모두 18명이다. 한 달에 한번, 셋째 목요일이 봉사의 날이다. 처음에는 성당에서 봉사단체를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신자와 뜻있는 자들이 모여 단체가 만들어졌고 인맥을 통해 회원들이 늘어났다. 얼굴은 물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라 이름도 미인회라 칭했다. 외모 심사기준이 있어 회원가입조건이 나름 까다롭다는 농담을 잊지 않는 그녀들. 꾸미지 않아도 모두들 아름다우니 빈 말이 아닌 듯하다.

휴가와 방학의 막바지를 이유로 전날까지 전화와 문자를 보냈음에도 회원들의 출석이 다른 달에 비해 저조한 날이었다. 하지만 장곡동 주민 두 명이 지인인 회원의 부탁으로 일손을 보태러 왔고 방학을 맞은 배은지(은행중,1) 학생이 엄마를 따라 와 한 몫을 감당해냈다. 쉼 없이 함께 목욕 봉사를 하던 은지양은 “힘들어요. 너무 덥고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될까 걱정되기도 했어요.”라며  몸은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전한다.
 
은지처럼 방학을 맞아 엄마를 따라 오는 학생들이 있기도 하고 거의 매번 참석하는 초등학생 준회원(?)도 있다. 어린 자녀를 맡겨두고 나와 봉사를 하는 회원도 있다니 모두들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할 일이다. 연신 웃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한 회원의 집은 안산이다. 시흥엔 연고가 없다. 20년 지기인 김경숙씨의 권유로 합류하여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다른 단체 활동과 봉사활동이 많지만 여기 오는 것이 일순위로 기꺼운 마음으로 온다. 회원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금전적인 부담까지 가지지는 말자고 해서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지 않는다. 하지만 친목이나 단합에는 이상 없다. 내는 회비는 오천원. 높은 물가에 한 끼 식사 값도 체 되지 않지만 간식과 간단한 식사를 하고도 남는 돈이 있어 쌓인다. 모인 돈으로는 시설에 김장 물품을 사서 보태기도 하고 경비를 보태기도 한다.
 
목욕만을 감당한다는 봉사는 조금씩 그 영역이 넓어져 가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여전히 목욕봉사만이 그녀들의 몫이라 했다. 내‧외면의 아름다움에다 겸양까지. 시간을 이유로 더 나누지 못하는 말들을 아쉬워하며 유난히 망설이는 그녀들을 사진기 앞에 세웠다. 돌아가는 그녀들의 당당한 뒷모습에서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내린 비가 가져온 높은 습도를 옷자락으로 날려 보내는 그녀들의 귀가를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이 글은 시흥시종합자원봉사센터 발행 소식지 통권58호 '가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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