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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난 순간 이미 빛은 켜졌어”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 23,000명 지지서명 제출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전 사무국장 | 기사입력 2021/12/01 [00:03]

“네가 태어난 순간 이미 빛은 켜졌어”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 23,000명 지지서명 제출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전 사무국장 | 입력 : 2021/12/01 [00:03]

11월30일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청구 공동대표단, 국제아동인권센터, 우리동네연구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는 시흥시장에게 「시흥시 출생확인증 작성 및 발급에 관한 조례」 제정을 지지하는 23,000여 시민이 서명한 청구인명부를 제출했습니다.

 

▲ 임병택 시흥시장과의 간담회  © 컬쳐인

 

「시흥시 출생확인증 작성 및 발급에 관한 조례」(이하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운동은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우리동네연구소가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어 14인의 청구인 공동대표와 함께 조례제정 청구를 위한 주민운동의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및 연대단체들과 250여 명의 서명권위임자가 협력하여 조례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았습니다.

 

2021년 8월 26일 시작된 주민청구 조례운동은 2021년 11월 25일까지 약 23,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시 행정부의 조례안 발의에 필요한 청구요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연서에 필요한 주민 수는 「지방자치법」 제15조 제1항, 「시흥시 주민 조례의 제정 및 개폐 청구 조례」 제2조에 따라 시흥시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50분의 1 이상입니다.

 

시흥시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에게 작성되는 시흥시장 명의의 출생확인증은 태어난 순간부터 단 한 명의 아이도 제도 밖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공공의 의사표시입니다. 인권의 출발은 태어난 순간부터이며, 인권의 내용은 모든 아동에게 차별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에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는 부모의 출생신고로 등록된 아동은 물론, 현행법상 출생신고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유로 출생등록이 되지 않았거나 늦어지는 아동에게도 출생확인증이 발급되도록 절차를 마련합니다.
 
출생확인증은 그 자체로 아동의 권리 실현이자, 아동의 권리 증진을 위한 초석입니다.

 

첫째, 아동의 존재를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하겠다는 의사의 반영입니다. 현행법상 출생신고가 가능한 경우에도, 개인의 신분은 가족관계라는 틀 속에서 이해됩니다. 가족관계등록부가 창설된 뒤에야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생확인증은 아동을 중심에 두어 아동의 신분을 확인하는 문서입니다. 출생확인증에 기록되는 부모의 정보는 출생등록과 가정에서 자라날 아동의 권리에 필요한 필수내용으로 포함됩니다.

 

둘째,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를 통해 모든 아동의 권리보장에 필요한 일관된 법·제도적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아동복지법령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주아동도 보육·교육제도에서 배제되지 않으며, 학대피해이주아동의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하는 특칙 등 기존의 제도가 있으나, 관계부처의 분절 및 담당 공무원의 이해도와 역량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운영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최근 정부는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제 도입(2021.12. 입법예고 예정)을 추진하며, 교육과 공공보건의료기관 종사자에게만 적용되던 「출입국관리법」상 미등록이주민 통보의무 면제를 보육, 문화 및 아동보호 기관 종사자로 확대하겠다는 정책과제를 발표하였습니다(2021.11.24. “제21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 개최 보도자료” 참조).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는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더불어 출생등록의 의미를 유의미하게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조례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 많은 이들이 물었습니다. “시장이나 의회가 하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서명을 받느냐”고. 그러나 모든 아동의 출생을 기억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는 공공의 역할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태어난 즉시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입법적·행정적 절차를 보완하고, 제도적 한계로 출생신고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각적인 방안으로 공적 지원을 제공하며, 이때 모든 과정에서 아동의 기본적 권리가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적 자원을 연계하는 것, 이러한 공공의 역할이 가능할 수 있는 시작은 ‘아동권리를 존중하는 시민의식’입니다.

 

가정환경과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출생등록의 중요성을 아는 부모, 이웃의 아이를 함께 지키고 돌보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동참이 있을 때 비로소 행정의 공백을 메꿀 수 있습니다. 아동권리의 민감성이 따스하고 주의깊은 눈길이 되고,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연대의식을 바라는 마음으로 주민운동이 시작되었고 전개되었습니다. 청구인명부에 서명한 23,000여 명의 주민은 주민운동으로 확산된 아동권리옹호가입니다.

 

“시흥시만 이 조례가 만들어진다고 소용있겠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시작입니다. 우선 출생신고를 집안의 문제로만 여기던 닫힌 관점을 넘어,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아동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후로 출생확인증 조례가 안착된다면, 시민 모두의 협력으로 시흥시에 태어났거나 살고 있는 아동의 존재를 최대한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와 실태는 실효적인 제도 운영의 전제입니다. 보건의료, 교육, 아동학대 예방 등 시흥시가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 적합한 주민복리 정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시흥시의 성공적인 출생확인증 제도는 출생통보제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국회를 표류하고 있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의 필요성을 환기하며, 출생등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범국가적 변화를 촉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세계인권선언이 천명한 인권의 원칙은 어떠한 사람도 배제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아동권리의 중요성은 인권의 선순환이 실천되는 구조적 변화의 핵심입니다. 태어남 그 자체로 환대받고, 자신의 존재성을 존중받은 경험은 생의 경험으로 발현됩니다. 출생확인증 조레는 존중을 받아본 사람이 존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그 당연한 명제를 사회의 변화로 구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동친화도시는 UN 아동권리협약의 정신을 실천하는 지방정부입니다. 아동의 삶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지역사회는,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지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목소리로 청구된 조례의 발의와 제정 및 시행, 촘촘한 정책연계로 이어지는 결과를 통해 진지하게 아동의 삶을 응시하는 시흥시 행정부와 입법부의 결단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주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그 소중한 권한이 아동을 포함한 지역사회 모두의 존재론적 삶을 존중하는 의지로 표명되기를 간곡히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흥시 출생확인증 조례 제정 청구가 가능하도록 마음을 모아준 23,000여 명의 시민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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