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같은 수면 속 잉어
12월21일부터 내년 1월3일 인사동 갤러리M에서 전시회 개최
 
박영택(경기대교수,미술평론)
<작품1>

여러가지 복의 상징인 '잉어'를 그리는 백용정 작가가 12월21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M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백용정 작가는 "예로부터 다산, 기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잉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게 돼 뜻깊다"며 "특히 전통소재를 현대에 맞는 시각으로 재탄생, 표현하고자 한 노력이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뜻깊은 작품을 박영택씨(경기대교수, 미술평론)의 서문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거울 같은 수면 속 잉어

 
잉어가 물 안에서 노니는 장면이다. 기포를 일으키며 위로 솟구치거나 연꽃을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다. 정치한 잉어의 묘사와 환상적인 물 속 풍경이 오버랩 되고 비늘과 무늬의 사실적 재현과 물 안의 추상적인 화면 처리가 대조를 이룬다. 잉어와 물과 연꽃은 소용돌이치듯 어우러져있고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수한 물방울들이 작은 원형의 기포가 되어, 혹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알이 되어 떠다닌다. 공들여 그린 이 채색화는 잉어그림이자 동시에 물 속 풍경이고 물과 그 안에 사는 생명체를 한 눈에 보여주는 축소된 자연풍경이다. 연꽃은 중심 부분을 원으로 초점을 맞추어 그렸고 나머지 부분은 단색으로 처리했다. 꽃의 중심, 생명체의 핵심을 강조했고 그 원형을 향해 잉어들이 맴도는 장면연출이다. 기포 알갱이와 작은 꽃들은 금분을 사용했다. 물속은 강렬한 붉은 색과 청색, 녹색, 그리고 더러 어둡고 깊은 색채와 단순한 선묘로 이루어진 연꽃의 외형을 통해 장식적이며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작품2>


백용정은 오랜 시간 비단잉어를 즐겨 관찰하면서 새삼 그 모양과 자태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더없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색채를 안겨주는가 하면 물속에서 유영을 하고 떼를 지어 다니는 그 자태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던 것 같다. 수면은 화면이 되고 그 화면 속에 영상적으로 유동하는, 미끄러지며 사라지고 출몰하는 잉어의 부드럽고 우아한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을 법도 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그것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잉어는 빈번하게 그려진 소재였다. 쏘가리와 함께 길상의 의미를 지녔던 잉어그림을 오늘날 다시 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은 잉어라는 물고기의 단순한 재현인가 아니면 잉어를 빌어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채색화의 경지를 만들어 나가려는 배려일까, 혹은 민화에서 보여지는 잉어그림의 상징성을 현재의 시점에 다시 길어 올리는 이유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 그림은 민화의 계승이나 번안에 해당하는 것일까? 혹은 잉어를 빌어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는 일종의 자화상의 변주인가?  

<작품3>


전통회화에서 잉어그림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등용문에 관한 이야기다. 360마리의 잉어들이 황하를 거슬러 용문龍門을 행해 올라간다. 용문은 산시성 하진에 있는데 잉어들이 용문에 이를 때쯤이면 새끼를 낳고 이중 물결이 험한 용문을 통과한 잉어만이 용이 된다고 전해진다. 잉어가 용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높고 큰 명망을 얻는 것을 용문에 비유했고, 그에따라 임금을 만나 뵙고 명성을 드높이는 것을 이른바 등용문이라 일컬었다고 전해진다. 이른바 등용문 이야기다. 그런 내용의 그림이 바로 어변성룡도 魚變成龍圖다. 이는 당시 전통사회에서 과거시험에 급제를 바라는 의미, 입신 출세를 상징한다. 그래서 크고 작은 잉어 2 마리를 그린 그림은 과거 시험 소과와 대과의 두 시험에 급제함을 상징한다. 그런가하면 일반적으로 물고기는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낮이나 밤이나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항상 사악한 것을 감시하고 경계한다는 의미를 얻었고, 그 모양이 남근과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부부간의 조화로운 성생활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물고기 그림을 통해 생활의 여유와 물질적 풍요가 지속되기를 기원하기도 했으며, 알을 많이 낳은 물고기의 속성에 기대어 다남자 多男子의 염원이 성취되기를 빌기도 했다.

<작품4>

또한 잉어는 유교 덕목의 하나인 효와 직결된다. 중국 진의 왕상은 계모가 엄동설한에 일부러 산 물고기를 요구하자 언 강에 사서 얼음을 깨뜨리니 신령의 보살핌으로 잉어가 쌍으로 나와 이를 가지고 계모를 정성껏 공양했다는 고사가 전해온다. 그래서 잉어그림은 효행을 상징한다.
 
작가는 위에서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그 안에는 화려하고 울긋불긋한 색채와 문양의 아름다운 잉어가 유영하고 있다. 물살을 헤치고 어디론가 몰려다니기도 하고 더없이 유유자적하며 느리게 소요한다. 물 속 깊은 풍경에는 하늘이 비치고 그 안에는 수초와 연꽃이 떠있다. 더러 달과 매화도 비친다. 그것 자체로 또 하나의 세계, 우주다. 그 풍경위로, 안으로 잉어들이 한 쌍으로 또는 무리지어 다니며 군집생활을 한다. 빛을 향해, 수면위로 밀고 나가기를 거듭한다. 그런가하면 잉어들은 한정된 세계 안에서 환생과 정화를 꿈꾸며 연꽃주위를 맴돌고 떠돈다. 그러니까 이 연못도 축소된 우주자연이다. 순환과 재생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이 잉어는 축소된 인간세를 반영하는 듯도 하다. 잉어마냥 인간 역시 비상을 향해, 높은 욕망과 희망의 지대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잉어의 생활공간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을 반추케 한다.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희구하고 열망하는 생애를 거울처럼 비춰보고 있다.

▲ 백용정 작가     © 컬쳐인

백용정 작가 이력

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동양화 전공) 졸업
개인전 5회(서라벌홀.인데코화랑.세종문화회관.예술의 전당.A&K 갤러리)
대한민국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동아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MBC미술대전(예술의 전당), 떼뜨누벨 추천 작가전(서경 갤러리), 새천년대한민국의 희망전(국립현대미술관), 자연-생성과 소멸전(서울시립미술관), 여심의 봄-꽃과 바람과(세종문화회관), 한국의 붓질(세종문화회관), 중.한 여성화가 교류전(주중 한국문화원), 2009 서울인사 아트 페스티벌, SCAF 2009 한국미술의 빛 전(예술의전당), 2010 GIAF 광화문국제아트 페스티벌(세종문화회관)

문의: 010-8931-6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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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1/26 [10:49]  최종편집: ⓒ 컬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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