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 입력 : 2021/12/09 [15:13]
겨울나무
최준렬
움켜쥔 힘 모두 소진하고 벌거벗고 서서 겨울잠 자는 나무 아래로 사람들은 분주히 지나간다
잠을 잔다는 것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
낮은 호흡과 희미한 맥박을 알리는 중환자실 모니터 소리처럼 마른 잎새 떨어진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쁘다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운명
눈보라 속에서 외투를 잔뜩 조여 매는 수피樹皮의 튼 살과 나무의 울음을 본 적이 있다
잠깐 비친 햇볕을 두 손으로 모아야 동파凍破를 면하는 가난한 살림
아직 얼지 않은 지층으로 더는 촉수를 내밀지 않고 몇 개 뿌리로 식량을 끌어 올리는 아슬한 겨울나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순간은 없다
푸른 물방울 얼지 않게 잔걸음으로 이동하는 도관導管 속에
꽃과 잎을 하나둘 잘게 접어 개어놓는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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