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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맛을 지킨다는 건

김선희 시민기자 | 기사입력 2022/04/02 [19:17]

전통 장맛을 지킨다는 건

김선희 시민기자 | 입력 : 2022/04/02 [19:17]

전통 장맛을 유지하기 위해 2년째 장을 담그는 곳이 있다. 장곡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2021년 참여예산사업으로 시작하여 올해도 행정복지센터 옥상에서 “정으로 익는 장독대”라는 슬로건으로 2월10~11일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정월 장을 담궜다.

 

손 없는 날을 택일하고 함께 메주를 씻고 항아리를 짚불로 소독하며 소금물을 면보에 내리고 버선을 거꾸로 항아리에 붙이고 금줄을 두르는 등 최대한 전통 방식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 장을 담그기 전에 메주를 씻고 짚불로 항아리를 소독 중인 참가자들   © 컬쳐인

 

참가 신청자가 항아리와 메주를 가져오면 장을 담그고 가르기까지 강사의 지도에 따라 본인의 장을 담아 익힌 후 그해 11월 말경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저소득층에 전달할 장은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담가 12월 김장 나눔과 함께 전달한다. 

 

이날 담은 장은 주인의 손맛과 바람과 햇빛의 양에 따라 항아리마다 다르게 익어갈 것이다.

 

 

    “정성들여 담은 된장,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게 돼 정말 뿌듯”

 

▲ 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한 장곡동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   © 컬쳐인

 

유일하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을 담근 오순자(56세)씨는 “지금까지는 시댁과 친정에서 된장을 가져오거나 시중에서 구입하여 먹었다. 아파트에 살면서는 된장을 담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기에 늘 아쉬움이 컸는데 지난 해 된장담그기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며 “드디어 나도 집된장을 담아볼 수 있다는 설렘과 함께 처음으로 정성들여 담은 된장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게 되어 정말 뿌듯했기 때문에 올해에도 된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예로부터 장맛이 그 집의 음식 맛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장은 우리 음식에 꼭 필요한 조미료이자 그 자체만으로도 반찬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기에 장 담그는 날은 손 없는 날을 택일하여 부정타는 것들을 물리치고 정성으로 제를 올리는 일에 그 집의 가장이 동참할 만큼 장을 담그는 것은 중요한 집안의 일 년 행사였다. 

 

된장의 역사를 보면 209년경 나온 진수의 정사삼국지 중 위지동이전에 ‘동이족(고구려인)은 장 담그는 솜씨가 훌륭하다’, ’발해의 명물은 된장이다‘라는 기록이 남아있고, 삼국사기에도 신라 신문왕이 혼인할 때의 납채품(納採品) (신랑이 신부집에 혼인을 구하며 주는 물건) 가운데 장시(醬豉)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장시는 된장에 해당한다.

 

이렇듯 장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우리의 음식 문화에 큰 역할을 하였고, 영양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쉽게 담아 먹을 수 없다.

 

▲ 장을 담그는 기본 재료인 메주   © 컬쳐인

 

오늘날 가정집 손맛이 담긴 된장을 만들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주거형태가 아파트(2020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51.1%)가 차지하면서 장을 익힐 장소가 없어지고 핵가족의 형태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로부터 전수받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입맛의 변화도 한몫을 한다. 전통의 맛을 원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의해 장은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집집마다 다른 장맛은 찾기 힘든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된장시장’에 따르면, 가정에서 주로 구입하는 된장의 브랜드를 보면 대기업(샘표, 해찬들, 청정원 등) 62.6%, 개인이 직접 담근 제품 15.7%, 중소기업 브랜드 12.3%, 지자체 브랜드 7.9%, 브랜드를 정확히 모르고 구입하는 것이 1.5%로 나타났다. 산업체들은 콩알 메주를 이용한 일본식 장류의 제조공정을 적용하고 있기에 전통방식의 된장과는 거리가 멀다. 

 

농림축산부에 따르면 ‘장은 한국음식의 맛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만들고 나누는 행위를 통해 가족과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신청 대상으로 지정되었으며 2024년 결정된다고 한다.

 

이제 장도 김치와 더불어 발효식품으로 K-FOOD의 반열에 당당히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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