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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

6월22일 소천한 문도진 향토예비군 시흥시지역대 초대 대장 추모글

이응선 | 기사입력 2015/06/30 [08:37]

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

6월22일 소천한 문도진 향토예비군 시흥시지역대 초대 대장 추모글

이응선 | 입력 : 2015/06/30 [08:37]
▲ 고인이 된 문도진 향토예비군 시흥시지역대 초대대장    ©




지난 6월 22일 소천한 문도진 향토예비군 시흥시지역대 초대대장을 추모하며 글을 올립니다. 그와 마지막 나눈 문자가 눈에 아른거려, 그 글을 남기고자 글로 만들었습니다.










몇 년 전 『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며』라는 시를 썼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운다. 그리고는 뭔가 안타깝고 아쉬워 유서와 같은 이 글을 남긴다.
 
그는 세상을 부지런히 살았고, 힘차게 살았고, 거침없이 산 사람이다.
그러나 항상 성실하고, 겸손하고, 배려심 깊고, 양보하며 산 사람이다.
그래도 그를 말할 때는 “섬기는 자이었고, 복종하는 자이었으며, 주님을 위해 산 사람이었다” 는 평가가 가장 적절한 말 일 것이다. 오직 그분만을 위해 산 사람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따르고, 믿었으며, 그가 하는 그 많은 일들을 시기하지 않고 좋아했으며, 방해하지 않고 도왔으며, 의심하지 않고 믿었었다.
그런 그가 오늘 그를 창조한 이의 뜻대로 돌아간 것에 대해 “너무 이르다, 안타깝다, 그립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다.
 
나는 그가 투병중인지도 몰랐다.
2015년 3월 10일 숙직근무라 숙직방에서 자고 있는데, 새벽 3시에 문자가 왔다. 통상 새벽 3시의 문자이면 확인하지 않고 자지만, 숙직 중이므로 ‘무슨 일이 생긴건가?’ 하는 불안감에 확인해 보니 문도진 중대장으로부터 이런 문자가 왔다.

『응선아! 일어나라! 건강하지? 세상을 이길 힘이 있지? 형은 1년이 넘도록 투병 중이지만 소망 중에 살아간단다. 응선아! 사랑한다!』
문도진 중대장은 절대 이런 투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 이런 답글을 보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문대장님 맞아요?』
그러나 바로 답이 없어 나는 잤고, 아침 5시 답글이 왔다. 『맞네!』
 
문대장과는 내가 초임 공무원 시절 근무하던 동사무소의 예비군중대장으로 알게 되었는데, 내가 장교출신이다보니 나를 좋아했고, 이후 음양으로 많이 도와주었으며, 멘토역할을 해 주신 분이다. 사실 나를 소래문학회원으로 강제 가입시킨 사람도 문대장이다.
 
소래문학회원으로부터 문대장이 2014년 9월부터 입원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숙직근무를 하면 다음 날은 휴무가 된다. 그래서 아침 9시 퇴근하며 병원에 들러 저녁 먹을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내게 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그날 문대장은 암투병에 대해서 “하느님께서 많은 시련도 주었지만 항상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많은 영광도 주었기에 나는 찬양하고 감사하고 복종한다”고 했다. “오늘의 이 암은 생명을 내놓아야 할 처방이고 보니 주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다 걸고 최후의 시련으로 단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5월 10일 일요일 조그만 주말농장을 가꾸던 터라 집사람과 같이 고추, 상추 등을 심다가 쉬기 위해 밭두렁에 앉았다. 봄바람도 좋고, 햇살은 더욱 좋아 한가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싱그러움이 앞 뒤산에 연녹색 새순을 틔우고 있는데, 산새들 소리도 한가함과 평안함을 더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병실에만 있을 문대장 생각이 났고, 나는 안부차원에서 이런 카톡을 보냈다.
『주말농장에 고추를 심습니다. 지난 달 심은 감자는 제법 순에 힘이 들었네요. 바람도 없고 따스한 햇살에 겨워 밭자락 끝에 앉아 앞산 뻐꾸기 소리에 대장님 안부를 실어 봅니다. 뽀옥꾹 ~ 』

무슨 생각에서인지 10분 후 다시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청룡이 금북정맥을 휘돌아가는 안골 밭자락 끝에
  백호는 심곡동 아파트단지를 찌르며 감아도는데
  천하 명당터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뻐꾸기는 청룡 품에서 님을 찾아 울고
  비둘기 서너마리는 백호 등어리에서 화음을 높이는데
  현무정 뒤통수에는 까치떼가 지지않고 떠듭니다
  “왜, 저래요?” 중대장님께 묻습니다.』
 
2시간 후에 답장이 왔다.
『뻐꾸기, 비둘기 대표, 까치떼 대표를 집으로 초대하여 물어보세요.』
누가 봐도 득도(得道)가 된 분의 답글이다.
 
다음 날 월요일 비가 많이 왔다. 어제 심은 고추, 상추가 모두 잘 자랄 것이란 생각을 하다가, 문득 문대장을 생각하고 카톡을 보냈다.
『비가 오네요. 많이 온다네요. 그 시끄럽던 뻐꾸기, 비둘기, 까치놈들 비 맞으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추울텐데, 제짝들은 만났는지......  대장님은 아세요?』
 
2시간 후에 답장이 왔다.
『포근한 처소에서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겠지요. ^-^』
 
이것이 내가 문대장과 나눈 마지막 대화이다.
나는 그분이 주님의 최후의 시련을 통과했는지, 여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분이 분명 득도가 된 분이란 걸 확신한다. 내가 정토에 태어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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